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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약국안가도처방이됩니다

시퍼런 봄 - 쏜애플 (가사 / 좋아하는 이유)

시퍼런 봄 - 쏜애플

아무것도 하기 싫어

우리는 그늘을 찾았네

태양에 댄 적도 없이

반쯤 타다가 말았네

 

밤에 잠드는 남들은

돌고 도는 네 개의 계절

우리는 끝이 없는

기나긴 하나의 계절

 

지글지글 끓는 땅 위에

이름도 모를 꽃들이

피어나네

 

식어버린 말을 지껄일 바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어쨌거나 달아나진 말아요

오늘 하루를 살아남아요

 

우리가 길을 헤매이는

시퍼런 봄의 날들은

아직 한가운데

멈추지 말고

몸부림치며 기어가

 

쏟아지는 파란 하늘과

아득하게 멀어지는 길

 

너무 멀리까지 왔나

돌아갈 순 없을까

망설이던 찰나에

 

이글이글 타는 땅 위에

새까만 점이 되었네

아찔해져

 

시든 꿈을 뜯어먹지 말아요

머뭇거리지도 말아요

어쨌거나 달아나진 말아요

오늘 하루를 살아남아요

 

우리가 길을 헤매이는

시퍼런 봄의 날들은

아직 한가운데

멈추지 말고

몸부림치며 기어가

 

쏟아지는 파란 하늘과

아득하게 멀어지는 길

 

우리는 이 몸에 흐르는

새빨간 피의 온도로만 말하고 싶어

차가운 혀로 날 비웃지는 말아줘

이를 물고 참은 하루와

끊어질 듯 이어지는 길

 

우리가 길을 헤매이는

시퍼런 봄의 날들은

아직 한가운데

멈추지 말고

몸부림치며 기어가

 

쏟아지는 파란 하늘과

아득하게 멀어지는 길


나는 매번 머리보다 가슴이 앞선다.

뜨거운 감정이 차가운 이성과 조화를 이루면 참 좋겠지만 매번 실패한다.

열기가 타오를 때마다 모든 생각이 지배되어 버린다.

좋지 않은 성질이라는 것을 알지만 말 그대로 성질(性質 :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마음의 바탕)’이기 때문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

큰 노력을 하진 않지만 조금씩 바꿔보려고 신경을 쓰거나 욱하는 일이 있을 땐 후회하고 반성한다.

 

하지만 쏜애플은 다르다.

당당하게 식어버린 말을 지껄이지마라고 말하면서 차가운 말을 할거면 닥치라고 하고,

이 몸에 흐르는 새빨간 피의 온도로만 말하고 싶다고 크게 외친다.

이 노래는 가사를 떠나서 나에게 매번 만병통치약이었다.

시끄러운 일렉 악기와 드럼 소리가 찢어질 듯이 묵직하고 날카롭게 차있고, 빠른 템포가 가슴을 절로 뛰게 만든다.

우중충해진 마음에 직방으로 도파민을 분비시켜 버리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런 데다가 가사까지 미친듯이 당당하게 자기 신념을 외쳐대니 가슴이 쿵쾅거릴 수밖에 없다.

멈추지 말고 몸부림치며 기어가’, ‘시든 꿈을 뜯어먹지 말아요라며

뜨거운 가슴이 밀고 가는 대로 지글지글 타오르며 나아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주변의 비웃는 시선과 말들도 그냥 무시하는 게 아니라 당당히 지적하고 막아낸다.

걱정하고 눈치보는 마음이 쉽게 들 때가 많은 데, <시퍼런 봄>을 들으면 어깨와 가슴이 활짝 펴진다.

때로는 이렇게 뚝심있고 당당하고, 가끔은 뻔뻔하기까지 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